치매 진단을 받은 뒤 작성한 유언장, 효력은 어떻게 판단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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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진단을 받은 뒤 쓴 유언장이라고 해서 자동으로 무효가 되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치매 환자의 유언이 언제나 유효한 것도 아닙니다. 효력은 세 가지에서 갈립니다. 민법이 정한 유언 방식을 지켰는지, 유언할 때 그 의미와 결과를 판단할 의사능력이 있었는지, 가정법원의 성년후견 개시 심판을 받은 상태였는지입니다. 아래 내용은 민법(시행 2026년 3월 17일, 법률 제21454호)과 대법원 판결을 바탕으로 한 일반 정보입니다. 구체적인 사건의 효력은 변호사 등 법률 전문가와 상담해 판단해야 합니다.

유언은 법이 정한 방식을 지켜야 효력이 생긴다

민법이 인정하는 유언 방식 5가지

책상 위에 자필 문서와 녹음기, 봉투, 정돈된 서류철이 함께 놓인 모습

민법 제1060조는 “유언은 본법의 정한 방식에 의하지 아니하면 효력이 생하지 아니한다”고 정합니다. 제1065조가 인정하는 방식은 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비밀증서, 구수증서 다섯 가지이고, 방식마다 요건이 다릅니다.

  • 자필증서(제1066조): 유언자가 전문과 연월일, 주소, 성명을 직접 쓰고 날인합니다. 글자를 넣거나 지우거나 고친 곳도 직접 쓰고 날인해야 합니다.
  • 녹음(제1067조): 유언자가 유언 취지와 성명, 연월일을 구술하고, 참여한 증인이 유언의 정확함과 자신의 성명을 구술합니다.
  • 공정증서(제1068조): 증인 2명이 참여한 가운데 공증인 앞에서 유언 취지를 말로 전하고(구수), 공증인이 받아 적어 낭독하면 유언자와 증인이 정확함을 승인한 뒤 각자 서명하거나 기명날인합니다.
  • 비밀증서(제1069조): 필자의 성명을 적은 증서를 봉하고 날인해 증인 2명 이상에게 제출합니다. 봉투 표면에 적힌 날부터 5일 안에 공증인이나 법원서기에게 확정일자를 받아야 합니다.
  • 구수증서(제1070조): 질병 등 급박한 사유로 다른 방식을 쓸 수 없을 때, 증인 2명 이상이 참여한 가운데 그중 1명에게 유언 취지를 말로 전합니다. 급박한 사유가 끝난 날부터 7일 안에 법원에 검인을 신청해야 합니다.

대법원은 2008년 8월 11일 선고 2008다1712 판결에서 “법정된 요건과 방식에 어긋난 유언은 그것이 유언자의 진정한 의사에 합치하더라도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치매 여부를 따지기 전에 방식부터 확인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또 17세가 되지 않은 사람은 유언을 할 수 없습니다(제1061조).

증인이 될 수 없는 사람

녹음·공정증서·비밀증서·구수증서 유언에는 증인이 참여합니다. 민법 제1072조에 따라 미성년자, 피성년후견인과 피한정후견인, 유언으로 이익을 받을 사람과 그 배우자·직계혈족은 증인이 될 수 없습니다. 공정증서 유언에서는 「공증인법」상 결격자도 증인이 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재산을 받게 될 자녀가 증인으로 참여했다면 방식 요건이 문제가 됩니다.


치매 진단과 ‘유언할 때의 의사능력’은 다른 문제다

판단 기준은 진단명이 아니라 그 시점의 의사능력

민법의 유언 규정(제1060조~제1072조)에는 치매 같은 진단명을 이유로 유언을 금지하는 조항이 없습니다. 대법원은 2022년 12월 1일 선고 2022다261237 판결에서 피성년후견인이나 피한정후견인도 의사능력이 있는 한 후견인의 동의 없이 유언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같은 판결은 의사능력을 “자기 행위의 의미나 결과를 정상적인 인식력과 예기력을 바탕으로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정신적 능력이나 지능”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래서 치매 진단을 받은 사람의 유언은 유언하던 그 시점에 이런 능력이 있었는지가 다툼의 중심이 됩니다. 같은 판결은 의사무능력을 이유로 법률행위의 무효를 주장하는 쪽이 그 증명책임을 진다고 밝혔습니다. 유언이 무효라고 주장하는 쪽이 유언 당시 의사능력이 없었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공정증서 유언 판결에 나타난 판단 방식

긴 상담 테이블 위에 정식 서류철과 자필 문서가 서로 다른 영역에 놓인 모습
  • 대법원 1993. 6. 8. 선고 92다8750: 반혼수상태로 입원 중인 유언자가 공증 변호사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습니다. 대법원은 이것만으로는 제1068조의 공정증서가 작성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유언을 무효로 본 원심을 유지했습니다.
  • 대법원 1996. 4. 23. 선고 95다34514: 공정증서 작성 당시 유언자가 반혼수상태였고, 취지가 낭독된 뒤에도 응답하는 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습니다. 대법원은 유언자에게 의사능력이 없었고 유언 취지의 구수도 없었다고 보아 무효로 판단한 원심을 수긍했습니다.
  • 대법원 2008. 8. 11. 선고 2008다1712: 공증인이 유언자의 뜻에 따라 유언 취지를 미리 서면으로 작성해 와 질문으로 진의를 확인하고 낭독했습니다. 대법원은 유언자가 유언 취지를 정확히 이해할 의사식별능력이 있고 유언이 진정한 의사에 따른 것이라면 ‘구수’ 요건을 갖춘 것으로 보았습니다.

앞의 두 판결에서는 유언 당일의 의식 상태와 공증 과정에서의 실제 응답 방식이 효력을 부정하는 근거가 됐습니다. 세 번째 판결에서는 미리 준비한 문안이라도 유언자의 이해 능력과 진정한 의사가 인정되면 유효하다고 보았습니다. 세 판결 모두 진단명이 아니라 그 시점의 상태와 유언 과정을 따졌습니다.

법학계에서도 치매와 유언능력의 판단은 결국 사실인정의 문제라고 봅니다.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 등재 논문 「치매와 유언능력의 판단」은 장기간 치매가 진행된 사안에서 증명책임을 둘러싼 법적 다툼이 길어진 사례를 분석하면서, 의료계와 법조계가 치매 상태의 유언능력 판단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성년후견이 개시된 경우: 민법 제1063조

날짜를 확인하는 손 옆에 의료 서류철과 유언 관련 문서가 놓인 책상

가정법원은 질병, 장애, 노령 등으로 인한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사람에 대해 성년후견 개시 심판을 합니다(제9조). 이 심판을 받은 사람이 피성년후견인입니다. 치매 진단을 받았다고 해서 자동으로 피성년후견인이 되지는 않습니다.

피성년후견인의 유언에는 특별 규정이 있습니다.

  • 제1063조 제1항: 피성년후견인은 의사능력이 회복된 때에만 유언을 할 수 있습니다.
  • 제1063조 제2항: 이 경우 의사가 심신 회복의 상태를 유언서에 부기(附記)하고 서명날인해야 합니다.
  • 제1070조 제3항: 급박한 사유로 하는 구수증서 유언에는 이 의사 부기 요건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민법 제1062조는 유언에 관해서는 미성년자의 법정대리인 동의(제5조), 피성년후견인 법률행위의 취소(제10조), 한정후견인의 동의(제13조)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정합니다. 앞의 2022다261237 판결은 이 규정을 근거로 후견인의 동의 없이도 유언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같은 판결은 후견 심판 절차 중 임시후견인만 선임된 상태처럼 성년후견이 아직 개시되기 전이라면 제1063조 제2항의 의사 부기 요건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정리하면 다음 두 경우를 나눠 봐야 합니다.

  • 성년후견 개시 심판이 있는 경우: 의사능력이 회복된 때 유언했는지, 의사가 그 상태를 유언서에 부기하고 서명날인했는지(구수증서 유언은 제외)를 확인합니다.
  • 성년후견이 개시되지 않은 경우: 의사 부기 요건은 적용되지 않습니다. 법정 방식을 지켰는지, 유언 당시 의사능력이 있었는지가 쟁점입니다.

가족이 유언의 효력을 살펴볼 때 확인할 것

상담 테이블에서 문서를 앞에 두고 자신의 뜻을 설명하는 고령자의 손동작

아래 항목은 앞의 조문과 판결에서 판단 근거가 된 요소입니다. 실제 효력은 사건의 사실관계에 따라 법원이 판단합니다.

  • 방식: 어떤 방식의 유언인지, 그 방식의 요건을 모두 갖췄는지 확인합니다. 자필증서 유언이라면 전문·연월일·주소·성명을 모두 본인이 쓰고 날인했는지 봅니다.
  • 증인: 증인 수가 맞는지, 유언으로 이익을 받는 사람이나 그 배우자·직계혈족이 증인으로 참여하지 않았는지 확인합니다.
  • 후견 여부: 유언 당시 성년후견 개시 심판을 받은 상태였는지 확인하고, 그렇다면 의사의 심신 회복 상태 부기가 있는지 봅니다.
  • 유언 당시 상태: 판결에서 의식 상태와 공증 과정의 응답 방식이 판단 근거가 된 것처럼, 유언 무렵의 의료 기록과 유언이 이뤄진 경위가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유언의 효력과 별개로, 상속이 시작되면 상속세 신고 기한과 서류도 챙겨야 합니다. 절차는 상속세 신고 절차와 홈택스 준비서류에 정리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1. 자필 유언장에 날짜나 주소가 빠져 있으면 어떻게 되나요?

민법 제1066조는 자필증서 유언에 전문과 연월일, 주소, 성명을 직접 쓰고 날인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법정 요건과 방식에 어긋난 유언은 유언자의 진정한 의사에 맞더라도 무효라고 보았습니다(2008. 8. 11. 선고 2008다1712). 요건이 빠졌다면 효력이 다퉈질 수 있으니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좋습니다.

Q2. 후견 심판이 진행 중이고 임시후견인만 정해진 상태에서도 유언할 수 있나요?

대법원은 임시후견인이 선임된 경우에도 사건본인이 의사능력이 있는 한 임시후견인의 동의 없이 유언할 수 있고, 성년후견이 개시되기 전이라면 의사가 심신 회복 상태를 유언서에 부기하는 요건(민법 제1063조 제2항)은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2022. 12. 1. 선고 2022다261237).

Q3. 유언으로 재산을 받을 자녀가 증인이 될 수 있나요?

될 수 없습니다. 민법 제1072조는 유언으로 이익을 받을 사람과 그 배우자·직계혈족을 증인 결격자로 정합니다. 미성년자, 피성년후견인과 피한정후견인도 증인이 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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